근·현대의 역사를 다시 쓰는 경북 신도청
풍수가 밝히는 미래 천년의 신도청 이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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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기상/권달우
  • 승인 2016.07.0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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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청년기자연합 기획연재]안동·예천 교류와 상생의 근대기행(14)

지난 2008년 6월 8일 오후 7시 칠곡 대구은행 연수원에서 TBC생중계 방송을 통해 경북도청이전지가 최종 발표됐다. 발표에서 안동·예천이 823.5점을 획득해 상주 807.9점을 15.6점 차이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많은 희비가 엇갈리는 결과였지만 안동과 예천은 희망과 미래에 대한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도청이전후보지를 신청한 11곳 가운데 유일하게 안동·예천은 연대를 통해 도청유치의 꿈을 이뤘다. 안동시 풍천면과 예천군 호명면 일부를 합쳐 그림을 만든 도청이전지는 어느덧 행정기능을 이전하기 위한 1단계공사를 마무리하고 주거와 상업시설, 종합병원 등 유입인구의 정주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2단계공사가 본격화 되고 있다.

안동청년기자연합은 지난 3월부터 ‘안동·예천 근·현대시기 연계·협력·교류·상생의 스토리텔링’이라는 주제로 도청이전이라는 역사적 전환기를 맞이하여 안동·예천 지역주민들의 공유된 삶을 연재하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안동과 예천이 공동으로 신청한 도청이전지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물론 여러 가지의 접근방법이 있겠지만 당시 도청을 유치하기 위해 일선에서 담당하고 뛰었던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자연지리와 이를 바탕으로 한 풍수, 도청 이전지 과제를 일부 짚어보았다.

한 예로 안동·예천이 공동으로 신청한 도청 이전지는 안동시 풍천면의 6개 마을과 예천군 호명면의 4개, 총 10개 마을로 구성됐다. 도청부지 전체 면적 약 10.96k㎡를 6:4비율로 안동과 예천이 경계를 이루고 있기도 하다. 이런 만큼 지난 2007년, 도청유치를 위한 후보지 선정에서 안동시가 고민했던 부분이 6이었으며 예천의 4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흥미롭다. 또한 예천이 4였지만 절반 이상을 차지해 도청사 자리로 점찍었다가 풍수로 인해 안동으로 양보됐던 일은 드러나지 않았던 이야기다.

►경북도청이전후보지가 발표되던 2010년 6월8일 안동(좌)과 예천 모두 자축하며 기뻐하는 모습.

안동·예천, 북부지역 위한 연대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된 경북도청이전 신도시건설사업 1단계 조성공사가 완료됐다. 완공된 도청 신청사는 안동시 풍천면 갈전리에 도의 주요 행정기능을 수행하는 기관과 함께 모여 있다. 그리고 예천군 호명면 산합리, 금릉리 일대에는 제2행정타운과 주거공간이 조성돼 이주자들을 위한 택지와 일반 아파트들이 밀집해 있다.

►경북신도청이전지의 단계별 공사 진행도.

그리고 1단계에서 조성된 송편천의 수변공원 남쪽으로 2단계 조성사업이 시작됐다. 금년부터 경북도는 경북개발공사와 오는 2022년까지 도청 신도시 활성화를 위한 발전단계로 보고 있다. 신도시 내 대형마트와 호텔, 종합병원, 스포츠프라자, 생태호수 호민지 등 정주여건을 대폭 강화해 인구유입은 물론 도시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행정주도형 도시의 성장 동력을 증대시키기 위해 세종시와 연결, 한반도 허리경제권을 구축하고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본적인 사통팔달의 교통망구축에 힘쓰고 있는 모습이다. 세종시와 연결되는 충남 보령과 경북 울진을 연결하는 동서 5축 고속도로와 금년에 완공될 상주, 영덕 간 4축 고속도로, 오는 2018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철도 중앙선복선화사업 등이 추진 중이다. 그리고 안동병원의 대규모 복합의료타운조성과 롯데그룹, 농협 등의 대형쇼핑센터 유치, 호텔과 컨벤션센터 건립 등이 예정돼 있다. 더불어 명문 고등학교와 대형도서관 건립을 통해 교육인프라 확충으로 인구유입의 감소원인을 차단하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호민지의 수변생태공원조성을 위해 습지, 야외공원, 산책로 등을 만들어 주민들의 여가활동과 생태학습 공간을 제공해 새로운 명소로 만들어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신도청의 신도시조성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반면 신도시개발 사업이 진행된 지 5년이 지나고 있지만 공동으로 도청을 유치한 안동·예천은 각자의 셈법이 다른 모습이다. 우선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보면 안동은 도청을 공동으로 유치한 만큼 두 지역의 상생을 위한 행정통합을 제의하는 반면 예천은 도청으로 인한 인구 10만 도시건설을 목표로 새로운 군청사 건립을 비롯한 도시기반마련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지난 2008년 4월 24일, 경북의 지자체들이 도청후보지를 자처하며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을 때 예천의 김수남 군수가 안동의 김휘동 시장을 찾아왔다. 이날 예천 김 군수가 안동·예천 도청이전 후보지 공동신청을 제안해 안동의 김 시장과 합의가 이루어졌다. 안동시청 기록에 의하면 두 지역 수장의 만나는 자리에서 김수남 군수는 신청서 제출시한이 촉박하여 공동후보지 신청을 제안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며, 만일 안동과 예천이 각각 단독으로 신청할 경우 두 지역 모두다 도내는 물론 북부지역 내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다는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에 김휘동 시장은 북부지역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공동후보지 제출이 불가피하다는데 동의했다. 그리고 전략상 보안이 필요한 만큼 대외적으로 연합 후보지이야기는 비밀로 하고 본격적인 후보지 신청 절차에 들어갔다고 전하고 있다. 이후 경북도청을 유치하기 위한 경북 23개 시·군의 치열한 경쟁은 같은 해 5월 30일 도청이전추진위원회가 도청이전 후보지 선정을 위한 최종 평가대상지 11곳을 확정함으로써 더욱 가시화됐다.

도청을 옮긴 데에는 여러 가지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경북북부지역으로 온 것은 남부북빈 현상을 해결할 수 있겠다는 것에 큰 기대가 있다. 지난 1962년부터 시작된 경제개발은 경부고속도로에 인접한 구미와 대구, 포항 등 남부지방 중심의 개발이었다. 상대적으로 농업을 중심으로 한 북부지역은 개발이 저조해질 수밖에 없는 불균형이 초래되었다. 이로 인해 경북도청의 북부지역 이전은 지역 주민들의 염원이 담긴 숙제였으며 미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도농복합도시로써 북부지역의 중심이라고 하는 안동과 가속화되는 노령화에 경제기반이 저조한 예천으로서는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돌파구가 도청유치였을 것이다.

두 지역의 수장이 만난 날, 당시 안동시청의 혁신분권담당이었던 김윤한 씨는 남모를 기쁨을 기억하고 있었다. 김윤한 씨는 지난 2004년부터 안동혁신도시유치를 위한 업무에 이어 도청유치를 위한 업무를 담당했다. 안동에서는 혁신도시유치의 실패를 거울삼아 도청이전을 위한 주도적 역할을 해낸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그날 오후에 김수남 군수가 안동에 왔는데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 몰라. 하도 그래서 배웅할 때 코가 땅에 데이도록 인사를 했지. 수락해줘서 고맙다고....... 허허허”라며 그때의 기분을 말해 주었다.

당시 김윤한 씨는 안동과 예천 공동유치 작업을 김휘동 시장과 진행하며 예천의 참여를 적극 독려해 왔던 상황이었다. 애초 안동의 도청이전후보지는 풍산읍 수동이었다, 그러나 충남도청을 모델로 한 도청후보지 준비는 입지조건에서 경사도가 주요 평가대상임을 간파하고 지금의 도청 이전지를 예정하고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김윤한 씨는 전략상 노출을 막기 위해 풍산 수동과 현재의 풍천면 갈전리, 두 곳의 도청이전후보지를 준비하고 있었던터라 매우 힘든 상황이었다. 따라서 후보지 선정을 위한 신청일이 임박해옴에 따라 김수남 예천군수가 안동을 찾아와 합의해준 것이 고맙고 기쁜 일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안동·예천, 신 도청이전 예정지 확정과 연대까지

취재팀은 내친김에 도청유치 때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 위해 지난 6월 27일 오후 지난해 안동시청 공무원 생활을 퇴임한 김윤한 씨를 만났다. 퇴임 후 그는 “소일꺼리로 가까운 절까지 1시간을 걸어 간 후 명상에 잠겼다가 또다시 그 길을 걸어 되돌아오는 일을 즐기는 일상을 거듭하고 있다”는 안부를 전하고 기꺼이 도청유치의 기억을 되짚어 주었다.

지난 2007년 안동은 풍산읍 수동의 서애선생 묘소가 있는 곳 마을 뒷산이 도청이전 후보지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시민들이나 공무원들 모두 다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김 씨가 혁신도시에 이어 도청유치업무를 맡으면서 연구를 시작한 것이 충남도청이었다. 그런 이유로 수동을 충남도청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문제점이 경사도였다. 충남도청은 경사도가 15도였는데 수동은 산이 높아 어림도 없었다. 그때 당시만하더라도 지금의 도청자리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김 씨는 “혁신도시 유치할 때는 경사도가 까다롭지 않아서, 까짓 꺼 산을 들어 냈쁘지 뭐! 라고 생각했었는데 경사도가 안 나와 안 되는 거야! 풍산들 정도는 돼야 하는데 농지를 개발할 수는 없었고, 안동에는 그만한 경사도가 나오는 데가 없었어.”라며 그때의 수고를 말해 주었다.

그래서 안동시는 안동대학교에 입지선정을 위한 1차 용역을 발주했다. 이에 남치호 교수를 비롯한 용역팀이 설정한 도청후보지는 첫 번째 예천군 풍양과 두 번째 안동시 풍천면 구담을 비롯한 맞은편 쌍호리를 묶었다. 그리고 세 번째 풍산읍 수동이었다.

풍양은 안동을 포기하고 안동에서 가까운 곳인 의성하고 상주를 하나로 묶으면 단번에 된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김휘동 시장은 시민정서상 어림도 없는 이야기라며 단번에 거절했다. 구담과 쌍호리는 입지로 상당히 좋지만 동네 사이에 낙동강이 가로질러 흐르고 있었다. 강 중간에서 500m내에는 개발이 제한돼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상황이 이러하자 의성과도 힘을 합치기 위해 의성군 단촌을 연구했다. 그러나 그 역시 철도가 단촌 중간을 가로질러 입지조건에 맞지 않았다. 이어 의성을 자주 찾아다니며 연합을 제의했다. 그러나 의성은 좋은 자리가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적당한 도청후보지를 아무리 물색해도 안동에는 더 이상 충남도청과 같은 경사도를 충족할만한 곳이 없었다. 고민만 늘고 일의 진척이 잘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2007년 늦은 가을, 좋은 도청후보지를 찾기 위해 많은 곳을 돌아다니던 중 김 씨는 풍천 출신의 친구와 가일마을에 들르게 됐다. 김 씨는 거기에서 오래전 예천 호명면에 있는 지인 집에 놀려갔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어렴풋한 기억에 그곳에는 산이 없었다. 도청이전 후보지를 찾기 위한 열정이 설렘으로 바뀌었다.

김 씨는 “도면을 오려붙이고 해서 현장에 가보니까, 마구(모두) 임야 더라구, 옛날에 개간해서 논밭으로 만들어 놓은 곳이었어. 지목이 대부분 임야라서 농지를 개간하지 않고 개발할 수 있는 이점에다 경사도가 거의 없어서 여기가 좋겠다고 했지! 그런데 단점이 위에서부터 저(저기)까지 길이가 길어. 30만평 도청지역을 채우려면 긴 모양은 있을 수 없거든.”하며 후보지 발견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그때 김휘동 시장은 무조건 풍산 수동이었다. 후보지를 임의로 갑자기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없고 연막전술을 쓰기로 했다. 그래서 김 씨에게 도청후보지 신청 작업을 두 곳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2차 용역을 안동대학교 남치호 교수에게 맡겼는데 도립대학교 권기창 교수가 합류하게 되면서 갈전리의 긴 모양이 보완될 수 있었다. 권 교수가 예천군 호명면 산합, 금릉리 일대를 안동에서 준비하고 있는 갈전리 옆에 붙여서 지금의 도청부지모양을 만들어 온 것이다. 그때 당시 예천도 별도로 용궁면을 도청 후보지로 생각했다가 지도상 경북도청 자리가 너무 북쪽에 치우쳐 권 교수의 설득에 마음을 바꾼 것이었다.

이후 안동과 예천의 공동 유치안은 김 씨의 비밀작업 속에 암암리에 진행됐다. 용역을 할 때도 의회에 보고하고 절대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했다. 연합한다는 소문이 나면 다른 곳도 같은 상황을 만들게 돼 경쟁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예천의 김수남 군수가 안동과 연대를 거부한 것이다.

안동은 북부지역의 맏형이라면서 욕심이 많다는 것이었다. 운전면허시험장이 예천에 거의 확정됐는데 안동과 싸우느라 문경으로 갔고, 경북산림과학박물관도 욕심이 있었는데 안동으로 가져가 다 뺏겼다며 안동과 연합하지 않겠다고 속내를 보인 것이다.

안동으로서는 지난 1995년 경북도가 실시한 도청후보지 조사에서 1순위로 지목된 곳이 수동이었지만 충남도청의 평가기준을 보았을 때는 안개 속이었다. 그리고 암암리에 추진한 일이 수포로 돌아갈 상황이었다. 이에 안동은 예천의 오해를 풀기 위해 때맞춘 예천곤충축제 홍보를 위해 시내 현수막 걸기와 지역농산물 팔아주기 등 다방면으로 설득작업에 노력을 기울였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겠지만 이런 노력들은 헛되지 않았다. 2010년 4월 24일 김수남 군수가 안동시청을 찾아와 안동·예천 도청이전 후보지 공동신청에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5월 13일 11시 양 시·군은 안동시 풍천면 갈전리와 예천군 호명면 산합리 경계지점에서 협약식을 가지고 공식적인 공동유치를 진행했다.

김윤한씨는 “후보지 신청날짜는 임박해 오고 예천도 많이 생각 했을 거야!”라며 “그런데 풍천 거기 땅이 좋아. 농지도 적고 땅값도 싸고. 삼만 원 넘는 것이 없었어. 땅값이 헐한 대신에 거기 계시던 분들에게 보상을 많이 못해줘서 미안하고 안타까워 지금 생각하면.......”이라고 아쉬워했다.

신도청 신청사 유치 위한 보이지 않는 2차 유치전

안동의 도청유치를 위한 준비와 계획은 주도면밀했으며 주효한 성과를 이루어내는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김 씨가 담당했던 혁신도시유치업무는 많은 밑거름이 돼 소기의 성과를 일궈 내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비록 혁신도시유치는 실패했지만 준비와 과정 속에서 발생한 미흡한 것들이 도청이전이라는 성과를 만드는데 대응력을 키워주었다.

도청이전을 위한 공청회에 안동이 참석 가능한 곳에는 사회단체 회원들을 중심으로 공청회 앞자리를 채우고 지역에 유리한 질문을 하도록 했다. 또한 도청이전평가단이 안동 후보지에 왔을 때는 호민지에 왜가리를 불러 모으기 위해 충청도에서 붕어치어를 미리 대량으로 방류해 왜가리를 모으기도 했다. 이와 함께 평가단이 왔을 때 검무산 등반대회를 여는 등 다양한 방법과 수단으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한 보이지 않는 활동들을 이어가기도 했다.

►충남도청을 모델로 한 초기 도청후보지 조감도.

그리고 도청이전후보지가 안동·예천으로 확정되고 다음해인 2009년 11월 김 씨는 5급으로 승진을 했다. 시청공무원들은 보통 시청사에서 승진을 하면 읍면동으로 나가는데 그는 그러지 못했다. 도청이전후보지 조감도에 도청신청사가 예천군 호명면 산합리에 그려진 것을 보고 안동으로 옮기기 위한 보이지 않는 2차 유치전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8년 5월 14일 안동은 도청이전후보지신청서 접수를 위해 경북도립대학교의 권기창 교수와 안동대학교 남치호 교수가 협업으로 3차 용역을 진행했었다.

당시 도청이전지역조감도는 충남도청을 참고했다. 처음 조감도를 그릴 때는 우선 중앙 상단에 도청사를 그려 넣고 반원형으로 도시를 꾸며 내려갔다. 지금처럼 행정타운을 어디에 두고 하는 문제는 둘째였다. 우선 신청 작업을 위한 대략적인 그림을 그리는 단계였다. 따라서 지금처럼 섬세한 도시계획단계는 아니었으며 도시 전체 그림만 신청서에 포함시켰다. 안동과 예천의 경계를 두지 않은 것이다.

실제 도청이전지역 전체를 보면 중앙 상단부분은 예천땅이다. 처음에 조감도를 그릴 때 충남도청에 따라 그린 것이 화근이었다. 충남도청은 당진과 예산 정 중앙에 청사가 위치하고 있다.

김 씨는 “도청을 실컷 유치해 놓고 청사를 예천에 줘버리면 이건 뭐 시민들이 난리가 날 일이었지. 그때 지도상으로 보면 안동과 예천크기가 6:4였는데 중간이 예천이야. 그래서 풍수를 들이댔지.”라며 풍수만이 도청청사 위치를 옮길 수 있는 유일한 명분이었다고 기억했다.

안동은 예천과 공동연대에 합의하고 4월 말경 도청이전신청대상지에 대한 풍수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용역을 발주했다. 입지에 대한 우위를 다지기 위한 준비로 ‘풍수지리적인 입장에서 본 도청후보지’라는 풍수적 해석을 신청서에 포함시켰다.

풍수에서 지목하고 있는 청사의 위치는 문수지맥을 잇고 있는 검무산 앞쪽이었다. 따라서 당시 도청이전추진단에 있었던 지인들과 주위의 도움을 요청하고 언론홍보를 통해 검무산을 중심으로 하는 풍수몰이에 성공을 거두게 된다, 경북도에서도 대학교에 ‘경북도청 이전지역의 풍수지리 및 스토리텔링 연구’라는 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다.

일화 중 서라벌대학교의 용역팀이 도청이전추진단과 현장답사를 왔을 때였다. 검무산 등반코스가 안동에서 가일마을로 올라가는 것으로 정해 있었는데 도청이전추진단에 있던 예천출신 직원이 검무산 뒷쪽 예천방면에서 올라와 안동으로 내려오도록 등산로를 바꾼 것이었다. 이에 안동에서는 등산로도 없는 가파른 바위 길을 로프타고 등반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등반코스를 원래대로 바꿔야한다며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안동으로 올라 갈수 있게 만들기도 했다.

김 씨는 “주 통로가 바뀌면 이상하게 되는 거야, 안동으로서는 말이 안 된다는 거지. 추진위원들, 풍수학자들이 올라 갈 때와 정상에서 ‘와 좋네!’라고 하면 끝이거든. 그래서 청사를 안동으로 못 박았지. 안 그랬으면 우습게 됐지. 이미 도청유치가 되고 또 한 번 유치전 비슷하게 한 거지.”라며 허허 웃어 보였다.

그렇게 안동으로 도청사위치가 결정되고 김윤한씨는 도산서원관리사무소로 발령이 났다.

풍수로 본 경북 신도청과 미래

지난 2008년 도청이전지가 발표되고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진 사실 중 이전지에 대한 풍수지리가 눈길을 끌었다. 수도인 한양에 버금가는 명당이라는 해석이었다.

안동시에서 해명 동양문화연구원 류동학 원장에게 발주한 풍수에서는 “백두대간의 정기를 받아 태백산으로 이어지는 331.6미터 주산 검무산은 서울의 진산인 342미터의 북악산과 높이가 비슷하고 내성천과 낙동강이 함께 어우러진 전형적인 배산임수, 장풍득수(臟風得水)의 형이다”며 “도청 후보지는 백두대간을 척추로 하여 북쪽과 서쪽으로는 문수지맥이, 동쪽으로는 드넓은 풍산들을 감싸 안고, 남쪽으로는 낙동정맥의 지맥인 보현지맥이 자리하고 있다.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으로 갈라졌던 산의 지세가 돌아서 다시 합쳐지는 곳이다. 이 지역은 내성천과 낙동강 사이에 있는 산맥과 강이 어우러진 보기 드문 명당지역으로 본다.”고 말하고 있다.

더불어 “도청의 등의 관공서가 들어설 자리로 갈전리 일대로 보면, 이곳에서 주산에 해당하는 산은 검무산이다.”고 해설했다.

►안동시에서 발주한 풍수용역(좌)과 경북도에서 연구용역한 풍수 산도.

그리고 지난 2009년 8월에서 2010년 1월까지 진행된 경북도청의 서라벌대학교의 연구용역은 A4크기 총 320페이지 분량의 많은 내용으로 신도청지역 풍수에 대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위 내용의 청사와 관련된 내용 중 일부만 소개해보면 국세(局勢) 분석이 있다. 국세는 풍수에서 혈을 둘러싼 자연형세를 하나의 우주로 본 것이고, 혈은 그 우주의 중심에 해당한다. 혈과 사가 합한 곳, 즉 양택(陽宅)이든 음택(陰宅)이든 하나로 취합한 규모를 이룬 것을 ‘국’이라고 하고, 그 힘을 ‘세’라고 한다.

내용에는 “풍수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혈지(正穴地)를 찾는 것이며 양기풍수, 특히 도청이전 예정지에서는 정혈지에 도청의 주청사나 의회청사, 도지사 공관 등을 입지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풍수지리적 핵심과제라 할 수 있다. 검무산을 주산으로 한 내명당의 국세크기는 도청 이전지로서 충분한 국면을 가지고 있으며 이 국세는 청룡과 백호가 주밀하게 환포하여 생기를 머금고 있다. 도청 이전지의 풍수적 분석을 통해 경북의 북부지역 중심지에 해당하며 주용맥(主龍脈)인 문수지맥의 용맥이 힘있게 기봉한 검무산이 도청이전지역의 주인격 주산이며, 주변의 사격(砂格)들도 대체적으로 명당지역을 환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세도 역수국(逆水局)을 형성하는 등 전체적으로 명당지역이라 판단된다.”고 요약하고 있다.

더불어 “안동과 예천지역은 도선비기와 정감록에 십승지로 기록되었듯이 연구·분석을 통해 풍수지리적으로 타당성 있는 연구결과를 도출했으며 인문·자연지리학적 측면에서도 알맞은 입지환경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에 도청이전이 실현되면 북부지역의 낙후된 경제개발에 원동력이 될 것이며 지역 간 불균형 문제도 해소되는 등 신청사를 중심으로 신성장 거점도시로서 경북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풍수에서 수도인 한양에 버금가는 명당에 자리잡은 검무산 아래 경북 신도청.

이 연구는 서라벌대학교 풍수 명리과에서 실시한 연구과제로 도청이전지를 풍수지리적으로 조명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례로 신도청지의 지속가능한 녹색신도시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풍수는 천지인, 즉 시간과 공간, 인간의 상호관계 속에서 이해하는데 긴요한 개념을 말한다. 다시 말해 자연조건이 인간생활을 결정한다는 환경결정론이 아니라 산천을 비롯한 자연의 어떤 조건이 사람들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환경가능론이다. 그러므로 풍수는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떠한 자연조건이 이러저러한 소응을 가져올 수 있다는 논리이다. 도청이전부지가 풍수상의 길지라 할지라도 길지, 명당의 조건 항목을 잘 살려서 향후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만들어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1314년 경상도라는 명칭이 쓰여 지면서 지금까지 702년이 흘렀다, 경북도청은 1896년 경상북도라는 공식명칭이 생긴 이후 1981년 7월, 대구시가 직할시로 승격되면서 분리됐다. 이로써 시작된 도청이전의 논의는 대구에서 35년을 거치며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3월 안동시 풍천면 갈전리에 위치한 신청사에서 역사적인 개청식을 가졌다. 아마 경북도청 신청사가 안동·예천에 새둥지를 튼 것은 개도 이래 가장 큰 사건일 것이다.

경북도청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길지로 손꼽히는 안동과 예천이라는 공간에 700년을 넘어 새로운 천년의 역사를 쓰기 위해 2008년 새로운 시간과 마주했다. 그리고 안동과 예천을 넘어 지역발전을 위한 300만 도민의 염원이 명당에 한껏 담겨 있다. 환경적으로 가능한 조건들이 갖추어진 셈이다.

도청의 발전은 누구보다도 도청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한 북부지역민들의 소망과 희망일 것이다. 지금은 지역을 떠나 서로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나은 도청이전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선 안동예천의 현명한 안목과 결단이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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